일상

고려대학교 인문계 대학원 학위 논문 LaTeX으로 쓴 이야기

이젤 2022. 1. 14. 12:32

바야흐로 학위논문의 계절이다. 나 또한 2년간의 석사과정을 마무리하는 학위 논문을 작성해 제출했다. 도서관에서 승인도 받았으니, 이제 이 파일을 인쇄소에 가져가서 제본해 제출하면 마무리다. 이 과정에 대해 글을 남기고자 한다. 그 이유는 언어학이라는 인문학 전공에서 LaTeX이라는 도구로 석사논문의 처음부터 끝을 작성했기 때문이다.

학위논문을 쓴다고 해서 특별한 프로그램을 쓰는 건 아니다. 오히려 특별한 프로그램을 쓴다면 교수님께 첨삭받거나, 제출했을 때, 혹은 표절 예방 프로그램을 돌릴 때 낭패를 볼 수 있다. 인문사회계에서는 KCI에 등재된 학술지 상당수가 hwp 파일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평소에 논문을 한글과컴퓨터 한글로 쓰게 되고, 자연스레 학위논문도 한글로 쓰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한글은 취향의 문제를 떠나서 EndNote나 Mendeley 같은 서지관리 프로그램에 전혀 대응하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10페이지 남짓한 학술논문 정도는 이런 서지관리 프로그램 없이 작성이 가능하지만, 참고문헌 목록만 10페이지 넘게 나오는 학위논문은 서지관리 프로그램 없이 쓰기란 어렵다. 따라서, 보통은 서지관리 프로그램을 쓸 수 있는 Microsoft Word를 사용하게 된다.

내가 2년간 몸을 담은 고려대의 경우 학위논문 양식이 따로 제공되지 않았다. 유일한 가이드라인은 도서관 홈페이지 구석에 숨어있던 hwp 파일로, 여기에는 표지의 양식 등이 예시로 나와있다. 하지만 예시 표지가 아니라 이미지가 나와있어서, 결국은 그 가이드라인을 보고 표지 등을 직접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이 양식이라는게 항목 사이의 간격을 cm 거리로 규정한 양식이라 Word와 같은 폰트 크기 기반 프로그램에서 작성하기가 조금 까다롭다. 그렇다 보니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 논문을 통과받은 선배의 Word 파일을 받아서 작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방법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논문이 나올 수 있고, 졸업을 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LaTeX이 뭔가요?

쉽게 말해서 LaTeX은 문서 서식을 맞춰주는 프로그램이다. Word나 한글에서 버튼을 눌러 가며 직접 문서 서식을 맞추어 준다면, LaTeX('라텍' 혹은 '레이텍'이라고 읽고, 으레 대소문자를 이렇게 맞추어서 표기한다)에서는 글을 작성하고 문서의 분류('클래스')를 지정하면 알아서 서식을 맞추어 준다. 개인적으로 LaTeX을 쓰는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서식이 자동으로 맞추어진다는 점이다. 학회나 학술지에서 문서 서식 양식을 LaTeX용으로 제공한다면, 논문이나 초록을 작성하는 와중에 대상 학회가 바뀌거나 학술지에서 미끄러져 다른 곳에 제출하게 된다 하더라도, 문서 클래스만 바꾸면 서식이 완성된다. 더군다나 기계가 맞춰주는 서식이라 빈틈이 없다.

더군다나, LaTeX에는 짝꿍이 되는 서지관리프로그램 BibTeX이 있다. 이 BibTeX을 통해 인용할 때의 장점은 키보드에서 손을 떼지 않고 인용정보를 입력할 수 있다는 것이다. EndNote나 Mendeley를 Word에 물려 사용한다면, 마우스로 버튼을 눌러 인용 정보를 입력해 줘야 제대로 인식이 된다. 하지만 LaTeX에서는 그런 버튼이 없다. 대신, \cite라는 명령어를 써서 인용하면 된다. 가령, Pollard와 Sag가 쓴 1994년 책 Head-Driven Phrase Structure Grammar라는 책을 인용한다고 하자. 이 책의 서지 정보를 BibTeX 파일에 저장한 뒤, 이 책에 해당하는 키를 지정해 준다. pollard94head라는 키를 지정해 준다고 하자. 그렇다면 Pollard & Sag(1994)를 텍스트 내에 인용하기 위해서는 그저 \citet{pollard94head}만 입력하면 된다. 이것 만으로 텍스트는 Pollard & Sag (1994)로 치환되고, 문서 맨 마지막에는 서지 정보가 자동으로 입력된다. 물론 이 형식은 문서의 형식과 마찬가지로 형식 이름만 바꿔주면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편리한 LaTeX을 왜 안 쓰는가? 사실 가장 큰 이유는 학술지에서 받지 않는다일 것이다. 해외 학회라면 모르겠지만, 국내 언어학 KCI 등재 학술지 중 LaTeX 파일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앞서 언급하였듯 대부분의 학술지는 hwp 파일을 요구하는데, LaTeX으로 열심히 써도 내용은 pdf로 내보내는 것이 최선이기 때문에 hwp 파일로 변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다음으로, LaTeX은 명령어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프로그래밍과는 거리가 먼 인문사회계 학생들이 LaTeX을 보면 겁부터 나기 마련이다. 즉, 익히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익혀도 국내 학술지에 논문을 내는데 쓸모가 없는 것이다.

나는 왜 LaTeX을 썼는가

앞에서 인문사회계에서는 LaTeX을 잘 쓰지 않는다고 하지만, 사실 국제적으로 언어학계는 LaTeX을 활발하게 사용하는 학계 중 하나이다. 언어학 논문에는 다른 논문에서 보기 힘든 몇 가지 요소가 등장한다. 첫 번째는 예문이다. 언어학은 언어 현상에 대한 연구이다 보니 그 현상을 나타내는 예문을 중요하게 본다. 표나 그림에 일련번호가 붙듯이, 이 예문에도 일련번호가 붙는다. 또한, 예문은 본문과 구별하기 위해서 별도의 양식으로 들어간다.

가령, 위의 그림에서는 (8)번 예문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8)의 하위 항목인 a, b의 위치 등이 정확히 일치해야 한다. 더군다나, 논문을 작성하다 보면 예문을 추가하거나 삭제할 수 있다. 문제는 이에 따라 예문의 일련번호가 바뀌어야 한다. 가령, (8) 앞에 예문을 추가한다면 (8)은 당연히 (9)가 되고, 그 뒤의 예문도 순연된다. 이때, 별다른 기능 없이 숫자를 적었다면, 상당히 골치 아프게 된다. LaTeX에는 이러한 일을 방지하기 위해 각 예시에 \label 명령어를 통해 라벨을 달아준 뒤, \ref 명령어로 이를 참조할 수 있다. 숫자는 pdf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입력되기 때문에 \label의 정보만 정확하다면 아무리 예문 순서가 바뀌어도 정확하게 들어가게 된다.

위의 그림은 (8)에 해당하는 LaTeX 문서를 캡쳐한 것이다. 그림을 살펴보면 어디에도 8이라는 숫자가 등장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숫자는 LaTeX이 알아서 체계적으로 추가한 것이다. 또한, 별다른 조작 없이 \begin{exe} 만으로 예문이 예문 서식을 갖춘 것 또한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여기까지는 Word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하지만 Word로는 하기가 굉장히 까다로운 일이 있다. 바로, 현대 통사론의 근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통사 트리를 그리는 것이다. 통사론은 문장 구조를 연구하는 학문인데, 현대 통사론은 문장 구조를 트리를 통해서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가령, with my cup이라는 전치사구를 생각해 보자. 이 전치사구는 withmy cup이 합쳐진 구조이고, my cup은 또 mycup이 합쳐진 구조이다. 이렇게 계층적으로 합쳐지는 구조를 표현하는 데에는 괄호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with [my cup]]), 금방 알아보기가 힘들어진다. 따라서 트리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위와 같이 트리를 통해서 괄호 없이 알아보기 쉽게 직관적으로 전치사구의 구조를 표현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트리를 그리는 과정이다. 당연히 손으로 그린 트리를 논문에 넣을 수는 없고, 그렇다고 일러스트레이터와 같은 프로그램을 써서 그리기에는 너무 번거롭다. 이때, LaTeX에서는 tikz-qtree라는 패키지를 통해 \Tree [.PP [.P with ] [.NP [.Det my ] [.N cup ] ] ] 만으로 손쉽게 위와 같은 트리를 그릴 수 있다.

물론 이렇게 간단한 트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공부한 분야에서는 Attribute-Value matrix(AVM)이라는 형식의 표기법도 등장한다. 다음과 같이 생겼는데,

이것도 Word 등에서 그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AVM과 트리가 동시에 등장하는

이런 그림까지 그려야 하니, LaTeX을 쓰는 건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참고로 위에 등장한 예시와 아래에 등장할 예시 모두는 별도의 표기가 없는 한 내 학위논문에서 발췌한 것이다.

거인의 어깨 위에 서기

사실 이것만으로 논문 전체를 LaTeX으로 쓸 이유는 없다. 트리 그림 같이 LaTeX으로 편히 그릴 수 있는 것만 LaTeX으로 그린 뒤, 이를 그림으로 뽑아서 한글이나 Word 문서에 첨부하면 그만이다. 실제로 많은 학자분들이 그런 과정으로 논문을 작성해서 hwp 파일로 학술지에 제출한다. 사실 학교에서 공식으로 LaTeX 양식을 제공하지 않는 현실에서 이런 방법이 안전하고 빠를 수 있다.

고려대는 공식 LaTeX 클래스 파일을 제공하지 않는다. 공식 한글 파일이나 Word 파일도 없는데 LaTeX 파일이 있을 리가 있나. 그래서 사실은 그림만 LaTeX으로 그리고, 글은 Word로 쓸 계획이었다. 그런데 인터넷에 혹시 몰라 검색해 보니, 핵물리연구실에서 비공식 LaTeX 파일을 만들어 공유해 둔 것이었다! 당시 국제학술대회 초록 및 슬라이드를 LaTeX으로 만들고 있던 때라 한창 LaTeX이 익숙해져 있어서, 자연스레 이 비공식 파일을 기반으로 학위논문을 작성하기로 했다.

핵물리연구실에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표한다.

준비하기

여기서는 LaTeX 기본에 대해 다루지 않는다. 나보다 훨씬 더 잘 설명하신 분들이 많고, 사실 이렇게 글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실제로 쓰인 LaTeX 파일을 보고 따라 하는 게 가장 실력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핵물리연구실의 LaTeX 파일을 사용해서 논문을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을 다룬다.

가장 먼저 준비할 과정은 지도교수님을 찾아가는 것이다. 학위논문 작성은 당연히 지도교수님과의 끊임없는 피드백 과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LaTeX로 글을 쓴다고 했을 때 지도교수님이 '하지 마라'라고 하면 안 하는 게 맞다. 분야에 따라 LaTeX에 생소하신 분도 계실 거고, 반기시는 분도 계실 거다. 나 같은 경우는 언어학이라는 분야의 특성상 반겨 주었지만, LaTeX 자체를 처음 들어보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또한 주변에서 LaTeX으로 논문을 쓰는 사람이 많지 않다면, 문제가 생겼을 때 모든 도움을 인터넷에서 받아야 한다. 이때 당연히 영어로 검색해야 그나마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한, '몇 번 줄에서 이런 오류가 발생했어요'라고 친절하게 말해주는 Python과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와 달리 LaTeX은 일단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문서 작성을 시도한 뒤, 이 모든 것을 log 파일로 기록한다. 그렇다 보니 이 로그 파일 길이도 길고, 막상 살펴보아도 문제가 어디인지 살펴보기 어려울 수 있다. LaTeX으로 쓴 글을 한글로 옮기는 일은 고사하고 워드로 옮기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다.

물론 LaTeX이 가진 장점도 무궁무진하다. 서지 관리나 표, 그림 숫자 관리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문서 작성 자체도 키보드로 모든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버튼을 찾아 누르는 워드보다 매우 빠르다. 또한, 내가 트리 다이어그램을 그린 것처럼 특정 다이어그램을 간단하면서 전문적으로 그려낼 수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번 쓰기 시작하면 험난한 길이 된다. 마감은 다가오는데 원인 모를 LaTeX 문서 작성 오류가 나면--보통 명령어에 오타가 나서 그럴 때가 많은데-- 정말 미칠 지경이다. 그러므로 논문의 일부를 LaTeX으로 작성해 본 뒤, 이 도구가 적합한지를 꼭 확인하고, '이 글로 논문을 쓸 수 있겠어!'라는 확신이 드는지 살펴보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시작하기

LaTeX을 설치하고 작업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여기서 소개하지 않겠다. LaTeX 튜토리얼은 (특히 영어로 검색하면) 제법 나오는 편이라서, 이미 짜인 LaTeX 파일을 분석하고 따라 해 가며 익히면 금방 익힐 수 있다. 편집기 또한 무엇이든 상관없다. 요즘은 Visual Studio Code에 LaTeX 확장 프로그램을 설치해서 편집하고 작업하기가 상당히 쉽다.

개인적으로는 터미널에서 Vim으로 작성하고, Visual Studio Code에서 편집을 하는 워크플로우를 따랐다. Vim은 터미널에서 돌아가는 텍스트 에디터인데, 처음 켜면 당혹스럽게 생겼다. 메뉴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escctrl+c 같은 명령을 내려도 나가 지지 않는다. 하지만 텍스트 파일을 작성한다는 기본기에 매우 충실한 에디터로 집중해서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데다가, 매우 가벼워서 컴퓨터 사양에 구속되지 않고, 터미널에서 돌아가는지라 SSH라는 기술로 아이패드에서 컴퓨터에 원격 접속해 어디에서나 작업하기에도 적합하다. 하지만 편집에 있어서는 마우스로 자유자재로 파일을 누비고, 오류가 난 부분을 빠르게 찾아가 수정할 수 있는 Visual Studio Code가 제격이다.

실질적인 작성은 비공식 LaTeX 파일 GitHub 페이지에서 파일을 받는 걸로 시작한다. 웹사이트에서 압축파일을 다운로드할 수도 있지만, git clone이라는 명령어를 써서 다운로드하면 간편하고 정확하다. 맥 OS나 많은 리눅스 배포판에서는 git이 디폴트로 설치되어 있기에, 터미널을 열고 git clone https://github.com/KUNPL/KUThesis.git를 실행하면 된다. 윈도에서는 별도로 git을 설치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부분도 훌륭한 자료가 많으므로 굳이 설명하지는 않겠다.

파일을 다운로드하면 KUThesis.cls부터 thesis.tex까지 다양한 파일이 준비되어 있다. 해당 홈페이지에는 make를 통해 LaTeX 파일을 문서화하기를 추천하지만, make.bat에 들어가 보면 내용은 pdflatexbibtexpdflatexpdflatexpdflatex 순으로 thesis 파일을 처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표준적인 pdflatex을 통한 변환 과정을 거치는 것이며, Visual Studio Code에서 LaTeX Workshop 확장 프로그램을 설치한 뒤, 이를 compile 하는 것과 크게 차이가 없다. 따라서, Makefile, clean.bat, make.bat은 사실 크게 필요하지는 않다.

thesis.tex

나머지 파일들 중 가장 중요한 파일은 thesis.tex 파일이다. 이 파일은 논문이 되는 가장 중요한 파일이며, 여기에서 다른 실질적인 논문 파일들을 불러와한 편의 논문을 만들게 된다. 파일을 열어보면 documentclass가 KUThesis임을 알 수 있다. 이 클래스에 해당하는 cls 파일이 바로 KUThesis.cls 파일이다.

LaTeX으로 문서를 만들다 보면 여러 가지 패키지들을 필연적으로 쓰게 된다. 이러한 패키지를 쓰겠다는 \usepackage 선언도 이 파일에 \documentclass 아래에 해 두면 편하게 관리할 수 있다. 참고로 패키지는 불러오는 순서에 따라 오류가 날 경우가 가끔가다 있으니, 패키지를 추가할 때는 항상 컴파일해 보아 오류가 나는지 살펴보아야 시간을 아낄 수 있다.

그 외에 기본적으로 이 파일에서 변경해야 하는 것들은 파일에 주석으로 잘 설명되어 있다. 가령, 나 같은 경우는 석사이므로, \documentclass[master, final, oneside, krabst]{KUThesis}와 같이 클래스를 지정해 주었다. 참고로 final 옵션은 최종본임을 뜻하는 것으로, 이 옵션이 아니면 draft로 인식되어 여백에 줄번호가 출력되고, 감사의 글과 같은 일부 내용이 빠진다.

아래에 있는 내용들도 예시와 주석의 정보를 보며 입력해 주면 된다. \department에는 기본으로 PH, 즉 물리학과가 입력되어 있다. 사전에 정의된 학과는 작성일 기준 물리학과와 컴퓨터공학과, 그리고 컴퓨터전파통신공학과 세 곳으로, 본인의 학과가 이 세 학과가 아니라면 따로 입력해야 하는데, 이는 조금 있다가 다루도록 하겠다.

문제가 되는 점은 제출 년월일이다. 요즘 고대에 제출하는 학위논문은 제출 년월까지만 기재한다. 도서관이나 소속 대학에서도 몇 월까지 기입하는 것을 안내한다. 따라서, submitDate는 \submitDate{2022}{2}, approvalDate는 \approvalDate {2021}{12}와 같은 식으로 작성했다. 이 때, 이대로 저장하면 '일'수가 빠져 있기 때문에 오류가 난다. 따라서, 이를 위해 KUThesis.cls 파일 자체를 수정해야 하는데, 해당 파일에서 수정해야 하는 부분이 조금 더 있으므로 뒤에서 한꺼번에 다루도록 하겠다.

마지막으로는 \addContents 명령으로 실질적인 파일을 넣어 준다. 학위논문 같은 경우는 내용이 많기 때문에 단독 파일로 작성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별도의 파일에 작성한 뒤 이를 \addContents로 추가하게 된다. 이 때 추가된 각 파일은 하나의 챕터로 인식된다. \addContents의 괄호 안에는 파일의 이름을 넣는데, 뒤에 .tex 부분은 빼고 넣어야 한다. abstract이나 acknowledgment와 같은 필수 파일들은 자동으로 들어간다. 해당 파일들은 thesis.tex와 동일한 폴더 안에 있어야 한다.

참고로 연월일 기입 등 자세한 내용은 해마다 바뀔 수도 있고, 과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행정실에 전화해서 물어보아야 한다. 선배의 발자취를 그대로 따라가면 간혹 규정이 바뀌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KUThesis.cls

이 파일은 KUThesis라는 클래스의 내용을 담당한다. 열어보면 tex 파일의 명령어와 사뭇 다른 명령어들이 즐비한다. 하지만 이에 겁먹지 말고 안에 들어가서 몇 부분을 고쳐야 제대로 된 나의 논문을 만들 수 있다.

참고문헌 양식 수정

아무래도 물리학과에서 만들어지다 보니 해당 서식으로 논문을 만들면 지극히 이공계스러운 참고문헌 양식이 적용된다. 이대로면 심사위원들의 눈총을 살 것이 뻔하기 때문에 손을 봐야 한다.

104번째 줄 %% bibliography 아래 두 줄이 참고문헌 스타일을 지정하는 부분이다. 여기에서 이 스타일이 natbib 패키지를 쓰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따라서, \citep, \citet와 같은 natbib 인용 명령어들을 쓸 수 있어 편하다. 패키지 선언의 square옵션은 인용에 대괄호([])를 사용하라는 뜻이며, numbers 옵션은 이공계 논문 스타일처럼 본문에 숫자를 사용해 인용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인문사회계에 맞추어 변환할 필요가 있다. 우선 인용에 괄호를 사용하기 위해 square 옵션을 없애준다. 또한, 숫자를 통한 인용이 아닌 (Pollard & Sag, 1994)처럼 저자와 연도를 활용해 인용하기 위해서 numbers 옵션을 없애 준다. 마지막으로 다음 줄의 \bibliographystyleieeetr에서 apalike로 바꾸어 주었다. 언어학이나 심리학 등의 경우는 이러한 설정으로 적용하면 어느 정도 보편적인 스타일을 갖출 수 있다.

최종적으로, 104-105줄은 다음과 같이 변경되었다.

%% bibliography
\usepackage{natbib}
\bibliographystyle{apalike}

학과 정보 추가

현재 GitHub에 올라와 있는 cls 파일에는 물리학과, 컴퓨터전파통신공학과, 컴퓨터학과 세 개의 학과가 정의되어있다. 이 세 개의 학과에 속한다면 그대로 PH, CRCE, CSE라는 학과 코드를 사용하면 된다. 이외의 학과는 별도로 추가해 줘야 한다.

261줄부터 있는 내용이 학과를 추가하는 내용이다. 위에 적혀있는 내용에 따라서, \ifthenelse 키워드로 학과 정보를 추가하면 된다. 가령, 언어학과의 경우 아래와 같이 추가한다.

\ifthenelse{\equal{#1}{LING}}
        {\newcommand{\@deptNameEng}{Linguistics}
         \newcommand{\@deptNameChn}{言\ 語\ 學\ 科}
         \newcommand{\@deptNameKor}{언어학과}
         \newcommand{\@deptNameShort}{言語學}
         \newcommand{\@degreeName}{言語學}} {}

여기에서 LING은 해당 학과의 코드로, 이 코드 정보를 thesis.tex 파일에서 사용하면 된다.

일자에 ‘일’ 정보 없애기

앞서 언급했듯, 제출일자와 인준 일자(심사승인일자)에는 년에서 월까지만 적는 것을 도서관 등에서 안내한다. 가령, 2021년 12월 15일에 승인을 받았다고 해도, 2021년 12월까지만 기재하는 식이다. 이를 처리하기 위해 cls 파일을 일부 수정해야 한다.

우선 303번째 줄에 있는 \newcommand{\submitDate}[3]{을 찾자. 위에서 학과 정보를 입력했다면, 혹은 그 사이 GitHub의 버전이 바뀌었다면 줄 수가 다를 수 있으니 검색해서 찾는 쪽이 정확하다. 이 아래에서 \newcommand{\@submitDay}{#3} 부분을 지우거나 앞에 %를 추가해 주석으로 변환한다. 아래 인준 일자를 다루는 \newcommand{\approvalDate}[3]{에서도 마찬가지로 \newcommand{\@approvalDay}{#3}을 삭제하거나 주석 처리한다.

마지막으로 실질적으로 출력하는 내용에서 일자 정보를 지워야 한다. 현재 512번째 줄인 내용을 아래와 같이 수정한다. (해당 내용은 \renewcommand{\maketitle}{ 안에 있는 내용이다. 혹시 모르니 이를 확인하자.)

% 기존 라인
\fontsize{14pt}{14pt}\selectfont{\bf {\@submitYear}年\ {\@submitMonth}月\ {\@submitDay}日}

% 새 라인
\fontsize{14pt}{14pt}\selectfont{\bf {\@submitYear}年\ {\@submitMonth}月}

천천히 살펴보면 {\@submitDay}日}을 삭제해서 일자를 표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속표지’라 불리는 커버 페이지에서 일자를 지울 수 있다.

인준 지도 마찬가지로 아래로 내려가 542번 줄을 수정하면 된다.

% 기존 라인
\fontsize{14pt}{14pt}\selectfont{\bf {\@approvalYear}年\ {\@approvalMonth}月\ {\@approvalDay}日}

% 새 라인
\fontsize{14pt}{14pt}\selectfont{\bf {\@approvalYear}年\ {\@approvalMonth}月}

속표지 이름 옆의 印 삭제하기

현재 기본 세팅으로 논문을 컴파일하면 속표지에 자신의 이름 오른쪽에 검인란(印)이 표시된다. 이를 없애고 싶으면 위에서 일자를 없앤 것과 같은 원리로, makeTitle 안의 해당 부분 \fontsize{14pt}{14pt}\selectfont{\bf \hspace{10mm} (印)} 자체를 지우거나 주석 처리하면 된다.

작성하기

이제 논문 스타일 설정이 끝났으니 열심히 논문을 작성하면 된다. 논문은 각각의 챕터별로 하나의 파일로 작성한 뒤, \addContent 명령어로 thesis.tex의 아랫부분에 첨부하면 된다. 작성은 조금씩 꾸준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학위논문을 마친 현시점에서는 꾸준히 조금씩 작성한 부분은 밑거름이 되어 사라지고 마감을 앞두고 집중적으로 작성하는 내용이 끝까지 살아남았다. 물론 조금씩 작성한 부분을 기반으로 최종본을 작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파일을 지우지 말고 별도의 파일로 보관해 가며 글을 써내면 된다.

마치며

LaTeX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마감이 다가오는데 사소한 문제로 컴파일이 안되면 미쳐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 하지만 그만큼 깔끔하고, 전문적으로 보이는 논문을 작성할 수 있다. 특히, 트리 다이어그램 등을 그려야 하는 언어학과생이나 기타 어학과생이라면 다른 사람의 트리만 인용하기보다 이렇게 자신의 트리를 그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지도교수님의 허락이 있고 아직 반년 넘게 시간이 남았다면 한 번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작성한 논문은 학위논문 업로드 사이트나 표절 예방 프로그램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가장 걱정했던 부분인데, 너무 순탄하게 진행되어 감격스러웠다. 인쇄소에서도 pdf파일만 있으면 적절히 인쇄를 해 주시기 때문에 LaTeX으로 논문을 썼다는 것 자체로 문제가 되지는 않을 듯하다.

박사에 비해서 석사학위를 따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지만, 학위논문을 쓰지 않으면 웬만한 과정에서는 석사학위를 딸 수 없다. 학위논문을 통해 ‘나 이 정도 공부했고 이 정도 연구 역량을 갖추고 있어요’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하고 있다면 학위논문을 쓰는 일이 귀찮고 짜증 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공부해 두었던 내용을 정리하고 업적을 남겨둘 수 있다. LaTeX이 이 과정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이 글이 LaTeX에 아직 능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